은퇴는 누구에게나 언젠가는 다가오는 인생의 전환점입니다. 하지만 그 시점과 준비 정도는 개인마다, 직종마다, 그리고 세대마다 크게 다릅니다. 특히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대한민국에서는 직장인들의 평균 은퇴 연령과 근속년수는 매우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입니다. 오늘은 통계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 직장인들의 은퇴 실태를 자세히 들여다보겠습니다.
평균 은퇴 연령: ‘공식’과 ‘현실’의 괴리
통계청이 발표한 『2024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실제로 은퇴를 시작하는 평균 연령은 약 54.7세입니다. 이는 많은 직장인들이 생각하는 60세 정년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수치입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할까요?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구조조정, 조기 퇴직, 계약직 전환, 비자발적 퇴사 등으로 인해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이른 나이에 직장을 떠나는 사례가 많습니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제조업, 영세 자영업체에서 근무하는 이들의 경우 50대 초반에 직장생활이 끝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반면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정규직, 또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비교적 늦은 나이에 은퇴하는 경향이 있어, 직군 간 차이도 큽니다. 평균은 54.7세지만, 공무원 및 공기업 직원의 은퇴 연령은 60세에 가깝고, 사무직보다 현장직이나 서비스직은 평균보다 훨씬 이른 은퇴를 경험합니다.
근속년수: 오래 일하고 싶어도 어려운 현실
고용노동부의 『2023년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근로자의 평균 근속년수는 7.1년입니다. 하지만 이 수치도 연령대별, 직종별로 큰 차이를 보입니다.
ㆍ20대 근로자는 평균 2.5년
ㆍ30대는 약 5.4년
ㆍ40대는 평균 9.6년
ㆍ50대 이상은 약 14.8년까지 늘어납니다.
이러한 통계는 두 가지 현실을 보여줍니다. 첫째, 젊은 세대일수록 잦은 이직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는 것. 둘째, 나이가 들수록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자리에 머물 수 있지만 동시에 새로운 취업 기회는 줄어든다는 점입니다.
더불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에도 근속년수는 큰 차이를 보입니다. 정규직의 평균 근속년수는 약 10.3년인데 비해, 비정규직은 불과 2.1년에 불과합니다. 특히 플랫폼 노동, 프리랜서, 계약직 등의 형태로 일하는 사람들은 길게 한 직장에서 일하기 어려운 구조에 놓여 있습니다.
직장인의 퇴직 사유: 자발적일까, 비자발적일까?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50대 직장인의 퇴직 원인 중 60% 이상이 비자발적 퇴사로 분류됩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이유는 ‘회사 사정에 의한 퇴사’와 ‘건강 문제’입니다. 정년퇴직은 전체의 20% 정도에 불과합니다.
또한 40대 중반부터는 재취업 기회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에 한 번 직장을 떠난 이후에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높아집니다. 그만큼 경력 후반부에 ‘양질의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기대수명과 은퇴 간의 시간차: 30년을 버텨야 한다
2024년 기준 대한민국의 기대수명은 약 83.6세입니다. 만약 55세에 은퇴한다면, 이후 거의 30년 가까운 시간을 은퇴자로 살아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이 기간 동안 연금, 저축, 또는 자녀의 도움 없이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은 점점 늦어지고 있고, 개인연금이나 퇴직연금의 수익률도 그리 높지 않습니다. 이에 따라 많은 은퇴자들은 ‘완전 은퇴’보다는 파트타임 일자리나 자영업, 프리랜서 형태로 소득을 유지하는 길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 체력과 건강, 시장의 수요에 따라 가능 여부가 크게 달라집니다.
결론: 늦은 준비는 곧 후회가 된다
한국 직장인의 현실은 ‘정년까지 근무하고 노후는 편안히 보내는 삶’과는 다소 거리가 멉니다. 조기퇴직이 일상이 되어버린 사회에서는 단순히 정년만 바라보고 은퇴를 준비할 수 없습니다. 은퇴는 더 이상 60세 이후의 일이 아니라, 40대부터 생각하고 준비해야 할 문제입니다.
근속년수가 짧고, 은퇴는 빠르며, 기대수명은 길어진 지금. 개인의 커리어 설계, 재무 관리, 건강관리 등 은퇴 이후를 대비한 계획이 절실합니다. 특히 퇴직 이후의 재취업 전략, 노후소득 확보 방안, 심리적 준비까지 다방면의 대응이 필요합니다.
지금 내가 몇 살이든, 어느 직종에 있든 ‘나의 은퇴는 언제일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준비해나간다면 예상보다 훨씬 안정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